잊혀져가고 있는 이름들

  • 입력 2018.03.16 11:10
  • 기자명 컵뉴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남과 북 사이에 특사(特使)가 오고 가면서부터 그동안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등으로 한층 고조 되었던 긴장의 분위기가 갑작스레 해빙의 무드로 바뀌는 모양새를 보인다. 북한을 다녀온 우리 특사단이 연이어 미국과 일본을 방문하여 이에 관한 설명과 협조를 구하느라 바쁘게 돌아가는 것도 그렇다. 보기에 따라서는 북한의 갑작스런 태도변화가 뭔가 꿍꿍이를 숨기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들 수 있겠으나 우리 정부는 어떻게든 저들을 대화의 테이블에 앉히겠다는 복안을 가지고 인내하며 대하겠다는 태도가 엿보인다. 우리가 보기에도 좀 우려스러운 부분은 있다. 지난 25년을 한 결 같이 대화를 빌미로 지원만 받아 챙기고는 다시 문을 닫아버린 저들이 과연 이번이라고 얼마나 변했겠느냐 하는 것이다. 저들의 진실성을 과연 믿어도 되겠느냐 하는 의문을 갖는 것은 비단 우리만이 아니다. 우리 정부의 선의(善意)를 대하는 북한의 셈법은 분명히 우리와 다르리라는 점이 역력하기 때문이기도 하려니와 지금까지의 전례가 한두 번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경제적으로 압박을 심하게 받거나 시간적으로 숨고르기를 할 필요가 있을 경우 늘 그래왔듯이 이번에도 그러는 것 아니냐 하는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

이렇듯 어느 날 갑자기 찾아 오다시피한 절호의 대화 분위기에 딴죽을 걸고 싶지는 않으나 우리는 차제에 꼭 하고 싶은 말을 해야 할 것 같다. 잊혀져가는 우리 국민의 이름들은 어떻게 되느냐 하는 것이다. 각종 매체를 통하여 알려지기로는 지금 북한 땅에 억류되어 있는 우리 국민이 김정욱 목사를 비롯하여 최소 6명이라고 한다. 특별히 그 가운데 세 사람은 선교사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모두가 하나님의 사랑을 가슴에 품고, 절박한 환경에서 살아가는 북한의 우리 동포들을 위하여 양식과 의료품을 지원하는 등 헌신과 사랑의 봉사를 펼치던 이들이라 한다. 우리가 특별히 이 시점에서 더욱 안타까워하는 것은 평양을 다녀온 특사단 가운데한 사람 서훈 국가정보원장이 일본을 방문, 아베 일본 총리와 만난 자리에서 일본의 총리가 북한에 억류되어 있는 일본인들의 송환을 대화의 주제로 꺼냈다는 소식을 들은 때문이다. 어쩌면 이것은 우리가 일본보다 더욱 절실한 현실(fact)임에도 이를 간과(看過)하고 지나가는 것 아닌가 하는 두려움이 앞선다.

진작부터 보아왔듯이 미국의 경우만 보더라도 어떠한 이유에서건 자국민 한 사람이라도 북한에 억류되어있을 경우 전직 대통령까지라도 나서서 북한 땅에 들어가 자국민을 구출해오는 것을 전 세계가 보아오고 있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모처럼 조성된 대화의 분위기가 깨질까봐 우려한 탓인지는 몰라도 평양을 다녀온 특사단 가운데 누구 하나 억류된 우리 국민의 얘기는 꺼낸 이가 없는 것 같다.외신을 통해서나 탈북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북한에 억류되어 있는 외국인에 대한처우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열악한 환경과 인간 이하의 대우로 고통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황차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사람이라면 그 대우는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지난해북한에 억류되었다가 혼수상태로 풀려나 고향에 돌아와 병원에 입원한 지 불과 엿새 만에 숨진 미국인 청년 웜비어 군과 같은 경우만 보더라도 그 현실을 가히 짐작할 수가 있다 하겠다.

제 3국의 단순한 여행자에게조차 이렇듯 가혹한 정권이니 우리 국민에게 어떤 가혹행위를 할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이렇듯 인권이 철저히 짓밟히는 곳, 북한 땅에 억류되어 있는 우리 국민을 하루빨리 구출해내는 일, 정부가 결코 외면해서는 안 되는 막중한 책무임을 알아야 한다. 그러함에도 어느 누구 하나 이들의 이름을 거명하지 않는다는 것은 모르면 몰라도 국민이 주는 봉급을 받고 일하는 정부 관료로서는 취할 태도가 아님을 알아야 할 것이다. 굳이 시국을 논하자면 국가적 대승적 차원에서 실낱같으나마 희망의 불씨를 꺼트리지 않기 위해 살얼음판을 걷듯 조심스러우리라는 점은 이해한다. 그러나 우리가 명심해야 할 것은 한 생명은 천하보다 귀하다는 사실이다. 지금도 고통과 절망 가운데서 모진 목숨을 이어가고 있을 그들이 행여 나라와 정부를 원망하는 일없도록 그 이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