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절, 고통의 시간들

  • 입력 2019.03.14 12:56
  • 기자명 컵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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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절 전 40일, 즉 사순절(四旬節)은 말 그대로 예수 그리스도께서 광야에서 40일간을 금식하시고 시험을 받으신 것을 기념하기 위해 속죄와 금식을 하는 매우 의미 있는 절기이다. 의미상으로만 본다면 믿는 자들에게 있어 아마 가장 엄숙하고 경건하게 지내야할 중요한 시간일 것이다. 그것은 육신적으로 주리고 지친 예수님이 금식보다 더한 시험, ‘유혹(誘惑 theTemptation)’의 고개를 넘어야 했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부끄러운 일이지만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 가운데에서는 사순절이 갖는 이 깊은 의미를 체험하며 묵상하는 이를 만나보기가 힘들어진 것 같다. 금식으로 주린 육신 앞에 ‘돌을 떡으로 만들어보라’는 유혹은 참으로 참기 힘든 것임에 틀림없다. 자신이 가진 능력을 자기를 향한, 즉 이기적인 목적으로 사용해보라는 유혹 앞에 육신의 배부름을 위해서라면 주저 없이 사용할 수 있는 사람들이 오늘날의대다수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아닌가한다.

세상 권세와 명예를 얻을 수만 있다면 그것이 설사 악마의 유혹이라 할지라도 기꺼이 현혹되고 말리라는 듯한 이기주의로 점점 물들어가는 것 같아 심히도 안타깝다. 뱀의 유혹과 마주한 시험에 실패했던 아담과 하와로 인하여 인류가 겪은 고통의 역사를 기억해야 하는 것이 사순절이 주는 교훈이 아닌가 한다. 지금 우리에게는 그런 훈련이 필요해 보인다. 사순절이라 하여 금식을 하는 것도 좋지만 의례적이어서는 안 된다. 기도역시 진정으로 예수님이 겪었던 고통을 이기는 기도여야 할 것이다. 성경을 읽되 가슴으로 읽어야 할 것이다.예수님의 부활에 동참하고자 하는 목적보다는 먼저 예수님의 고난에 동참하는, 예년과는 의미가 더욱 분명한사순절이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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