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시민들은 1980년의 광주시민, 한국정부가 적극 나서야’

  • 입력 2021.03.19 08:30
  • 기자명 김선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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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청년 단체 등 ‘미얀마 민주화 기독교행동’ 출범식 가져100.jpg

18일 한국기독교회관 조에홀에서 ‘미얀마 민주화를 위한 기독교행동’ 출범식이 진행됐다.

미얀마 민주화와 군정 종식을 위해 기독청년 단체 등 9개 단체(한국기독청년협의회, 한국기독학생회총연맹, 기독청년아카데미, 기독교사회선교연대회의, 사단법인 한국기독교민주화운동, 전국목회자정의평화협의회, 한국기독교사회발전협회, 한국YMCA전국연맹,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센터)는 18일 ‘미얀마 민주화를 위한 기독교행동’ 출범식을 갖고 성명서를 발표했다.

한국기독교회관 조에홀에서 열린 이날 출범식에서 사회를 맡은 신복현 사무총장(한국기독교사회발전협회)은 먼저 2월1일 쿠데타 발생 이후 현재까지 미얀마 내에 발생한 사건들과 국내에서 이루어진 활동들에 대한 경과보고를 진행했다.

신 사무총장은 “봄은 왔지만 봄이 오지 않은 듯한 계절을 살고 있다”며 “최근 미얀마에서는 자식과 부모가 서로를 말리는 가운데 나가면 다시 돌아오지 않는 죽음의 결단을 갖는 시위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고 안타까움을 전했다.

그러면서 “오늘 우리가 아직도 세계적인 진보 연대와 혁명을 꿈꾸고 있다면 체 게바라(Che Guevara)가 끝까지 볼리비아로 향하여 죽음을 맞이했던 것처럼 미얀마를 향한 우리들의 절절한 마음이 모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인사말을 전한 김영주 원장(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은 “41년 전에 겪었던 아쉬움과 안타까움 그리고 죄책감, 절망을 생각했다”며 “한반도의 한복판, 광주에서 분명한 불의와 폭력이 난무했는데 우리는 어쩔 줄 몰라 하며 무엇을 해야 할지 방향성을 잃어버리고 오히려 좌절감에 빠져있었다”고 회상했다.

특히 “정의와 평화를 최고의 가치로 여기고 있던 기독교인들이 어디에 서 있을지 몰라 당황했던 아픈 기억이 있다”며 “민주주의를 내세우던 당시 미국과 세계의 여러 나라, 양심적인 시민사회들은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수많은 사람이 죽어가고 있는데 이 세상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에 우리는 분노하기도 하고 안타까워하고 절망했다”고 전했다.

김 원장은 “우리는 오늘 미얀마 시민들이 느끼고 있는 절망감을 우리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다. 촛불 혁명을 통해서 정의로운 세상을 만들고자 했던 우리는 ‘어디에 서야 하는지?’ 이 부분에 대해서 깊이 통찰해야 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41년 전의 안타까움, 분노에 머물지 말고 미얀마의 민주주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기여하고 협력한다면 그나마 이 땅의 기독교인으로, 민주시민으로 살아가고 있는 ‘보람과 긍지를 느낄 수 있지 않을까’ 기독교인들의 많은 동참을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이날 발언에 나선 홍인식 이사장(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센터)은 “군부의 총에 의해서 희생된 젊은이들이 상당히 많다. 이 가운데는 아이를 임신하고 있는 임산부와 어린 학생들도 있다”며 “인권과 생명은 세상의 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귀한 것이다. 오늘 우리는 미얀마에서 자행되고 있는 비열한 인권유린과 살상의 현장을 강력한 어조로 고발하면서 소중한 인간의 생명을 함부로 대하는 불법적이고 불의한 세력들에게 하나님과 역사의 무서운 심판이 반드시 임하게 될 것을 경고한다”고 밝혔다.

또 “대한민국 정부에도 강력히 촉구한다. 현재 미얀마의 시민들은 1980년의 광주시민이다. 우리는 41년 전 광주민주화운동을 경험했다. 광주에서 많은 우리 형제자매들이 전두환 군부에 의해서 목숨을 잃고 인권유린을 당하고 지금까지도 고통 속에 있다. 광주민주화운동의 역사를 가진 국가로서 그리고 인권을 존중하는 국가로서 한국정부는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촉구했다.

기독청년 단체 등 ‘미얀마 민주화 기독교행동’ 출범식 가져200.jpg

성명서를 발표하는 박해린 총무, 백현빈 총무, 이수연 학생대표(왼쪽부터)

이어서 기독청년들의 성명서 낭독이 있었다.

먼저 박해린 총무(한국기독교장로회 청년회전국연합회)는 “쿠데타 세력이 민주화를 열망하는 미얀마 시민들의 시위를 무력으로 진압하면서, 지금까지 180명 이상 살해되었고, 2000명 이상이 불법 구금됐다”며 “살해된 사람의 절반 이상은 25세 이하이며 그 가운데는 어린 학생과 뱃속에 생명을 잉태한 엄마도 있었다. 현재 미얀마에서 벌어지고 있는 군부에 의한 살인과 인권침해, 민주주의 후퇴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고 전했다.

백현빈 총무(기독교대한감리회 청년회전국연합회)는 “이미 1988년과 2007년에 있었던 미얀마 민중들의 민주화 요구를 군사정권은 무력으로 진압하면서 수천여 명의 시민들이 목숨을 잃었다. 미얀마 시민들이 지난 50년의 투쟁 끝에 쟁취한 민주주의의 열매를 또다시 군부가 쿠데타로 짓밟으려 하고 있다”며 “미얀마의 주권은 미얀마 시민들의 것이다. 군부는 미얀마의 헌정 질서를 중단시키려는 일체의 행위를 중지하고,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민들에 대한 살인, 폭력 행위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이수연 학생대표(한국기독학생회총연맹)가 “한국 정부는 미얀마의 민주화를 위한 더욱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하라”며 “지난 3월12일 발표된 ‘국방 및 치안 분야에서 미얀마와의 신규 교류협력 중단, 군용물자를 비롯한 전략 물자 수출 제한, 개발협력 사업 재검토, 국내 거주 미얀마 인들에 대한 체류 기간 연장’ 등을 골자로 한 정부의 조치를 환영한다”면서도 “미얀마 군부로 흘러 들어가는 모든 자금의 국내 계좌를 동결하고, 미얀마 민주화를 위한 국제 사회의 합의를 이끌어 내는 역할을 수행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다시 마이크를 잡은 박해린 총무는 한국 교회의 지속적인 연대와 기도를 호소하며 “성서의 첫 장은 ‘모든 사람이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되었다’고 선언한다. 미얀마 군부의 자국민을 향한 살인과 폭력 행위는 하나님에 대한 폭력이다. 알려진 바로는 군부에 의해 연행되는 이들 중 상당수가 기독교 지도자들”이라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그리스도의 고난을 기억하는 사순절을 지나고 있다. 오늘 그리스도는 고난 받는 미얀마 시민들의 모습으로 나타나신다. 하나님은 배고픈 사람들을 먹이고, 헐벗은 사람을 입히며 목이 마른 이들에게 물을 주고, 병든 사람을 도우며, 죄수를 방문할 사람들을 찾고 계신다. 우리는 그 부르심에 응답하여 미얀마의 군부 독재가 종식되고 진정한 민주주의가 이루어지는 날까지 세계교회와 함께 연대하고 기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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