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십자가와 바벨탑

  • 입력 2024.03.21 11:19
  • 기자명 하성민 목사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노아의 홍수 심판 이후 노아의 아들들로 인해 인류가 급격히 불어났다는, 성경을 기초로 한 얘기가 정설로 굳혀져 오고 있는 것 같다. 홍수 심판 사건 이후 등장하는 이슈의 중심에는 바벨탑 얘기를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노아의 자손들이 복을 받아 수(數)가 많아지고 세력이 왕성해져 그들이 한데 모여 지난날의 기억을 반추해보는데 화제의 중심에는 역시 기억에도 생생한 홍수 심판 얘기가 나왔던 것 같다. 말 나온 김에 앞으로 또 이런 일이 있으면 어떻게 할 것인가를 서로 의논하던 차에 앞으로는 절대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자는데 뜻을 같이 하게 되었던 것 같다. 원칙적으로는 매우 적절한 일이라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홍수 심판의 원인이 어디에 있었는가를 보아야 한다. 홍수 이전의 세상에는 성경에 의하면 ‘죄가 관영(貫盈)’했다고 한다. 쉽게 말하자면 죄가 넘쳐나고 있었다는 것이다. 죄가 넘쳐나는 세상을 그냥 보고만 있을 수는 없어 하나님이 극단의 조치를 취한 것이 우리가 알고 있는 ‘홍수 심판’인 것이다. 거기에 불안감을 버리지 못한 인간들이 모여서 다시는 일어나지 않아야 할 일이라고 규정짓고 하나님을 만나 담판을 짓고 싶어서였는지는 모르나 하늘에 닿을 탑을 쌓기 시작했다고 한다. 세상의 죄를 쓸어버리려고 홍수 심판을 내렸는데 홍수 심판만을 마음 아파했지, 그 원인은 생각지 않았던 것 같다.

오늘날도 별반 다르지는 않은 것 같다. 심판에 관해서는 불만을 거침없이 내뱉으면서도 심판에 이르게 된 원인은 생각지도 않는 무리들을 향해 하나님은 또 다른 심판을 계획하시는 것은 아닐까 문득 생각이 머문다. 죄가 관영한 이 땅을 구원하시기 위해 십자가를 지셨음에도 오늘날까지 조금도 나아지는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십자가 사건과 바벨탑 사건이 던져주는 교훈 하나 바르게 알고 걸어가는 사순절이 되기를 바란다.

저작권자 © 컵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