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가는 참전용사 가족들 “한반도에 평화 임하길”

  • 입력 2018.06.21 21:13
  • 기자명 임경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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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 제68주년을 맞아 새에덴교회(소강석 목사)의 초청으로 한국을 찾은 참전용사들이 16일부터 시작된 5박6일의 일정을 마치고 지난 21일 미국과 캐나다로 돌아갔다.

이들은 해병대 사령부와 평택2함대, 천안함, 미8군, 판문점, 도라산전망대, 전쟁기념관 등 한국전쟁부터 미국과 한국의 역사적 기억이 함께하는 장소들을 찾아 의미있는 시간들을 보냈다.

19일에는 경기도 평택에 있는 ‘캠프 험프리스’(Camp Humphreys) 주한미군 기지를 방문했다. 미8군 마이클 빌스(Michael A. Bills) 사령관은 본부 앞까지 나와 참전용사들과 일일이 악수하며 그들을 반겼다.

마이클 빌스 사령관은 “참전용사들의 숭고한 헌신과 희생에 깊은 경의와 감사를 표한다. 흥남철수는 매우 어려운 작전이었지만 여러분들로 인해 성공할 수 있었다”며 “지금 한국이 최고의 경제대국 중 하나가 된 것은 참전용사들이 낯선 땅에서 목숨을 걸고 싸워준 덕분”이라고 했다. “또한 우리는 참전용사들의 숭고한 희생을 유산으로 간직할 것이다. 그로 인해 한미동맹 역시 더욱 강해질 것”이라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이어서 판문점을 향해 달려간 참전용사들은 최근 두 번의 남북정상회담이 열렸던 장소로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고, 갈등만큼이나 평화를 향한 기대가 가득한 이곳에서 깊은 감회에 젖었다.

도라산 전망대에서는 망원경을 통해 코앞에서 보이는 북한 땅을 바라보며 현재 한반도에 열린 평화의 꽃길이 통일로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의 기도를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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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질듯한 가슴으로 전사자 명단 더듬어

그동안의 일정이 경건함이었다면 20일은 감격으로 가득 찬 하루였다. 전쟁기념관을 찾은 참전용사와 가족들은 전사자들의 이름이 빼곡히 적힌 동판을 눈과 손으로 더듬으며 이름을 찾아나갔다.

6.25 한국전쟁 당시 인천과 원산에서의 상륙작전을 지휘했으며, 흥남철수에서 원래 작전계획에 없던 피난민 수송을 명령해 수많은 한국인들의 목숨을 구한 故 에드워드 알몬드 장군(Edward Mallory “Ned” Almond)의 외손자인 토마스 갤로웨이 퍼거슨(Thomas Galloway Fergusson)씨도 눈을 크게 뜨고 할아버지의 이름을 찾았다.

퍼거슨 씨는 “흥남철수에서 피난민 수송을 결심하셨던 할아버지를 매우 존경한다. 아마 그는 다른 상황이었을지라도 그와 같은 결정을 내리셨을 것”이라며 “알몬드 장군의 후손이라는 사실이 자랑스럽다”고 했다.

참전용사들과 가족들은 자신의 전우들과 아버지의 이름을 찾아 하얀 종이에 그 이름을 탁본을 뜨고, 흰 국화 한 송이를 내려놓으며 그들은 먹먹한 가슴에 한 동안 말을 잊지 못했다. 그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자신과 자신의 가족을 잊지 않고 기억해 준 것에 감격해 하며 자원봉사자들의 어깨에 기대어 눈물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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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보훈처는 45명의 참전용사와 가족들의 방한을 환영하며 이들의 헌신과 공로를 기리고 위로하는 다과회를 마련했다. 이 자리에는 이낙연 국무총리가 함께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여러분의 희생 덕분에 대한민국은 기적처럼 일어나 세계 10위권의 경제 강국이 되었고, 민주화 또한 이루었다”며 “대한민국과 국민들은 여러분의 희생을 결코 잊지 못할 것이다. 그 은혜를 영원히 기릴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여러분이 목숨을 걸고 지키셨던 한반도의 평화가 항구적으로 뿌리내릴 수 있도록 끝까지 성원해 달라”고 전했다.

 

마지막 밤 만찬, 도우미들과 석별의 정 나눠

한국에서의 사실상 마지막 밤이었던 이날, 잠실 롯데호텔에서 참전용사와 가족들을 위한 환송만찬이 마련됐다.

소강석 목사는 “비록 전 일정 모두 동행하지 못했지만 마음으로는 항상 여러분들과 함께 했었다”며 “미국과 캐나다에선 오신 참전용사 분들과 가족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저 뿐 아니라 한국교회와 대한민국은 여러분들의 사랑과 숭고한 헌신을 결코 잊지 않을 것이다. 부디 행복한 여정을 마치고 무사히 돌아가시길 바란다”고 인사했다.

특별히 방한 소감을 전한 故 도일 장군(James H. Doyle)의 손자인 제임스 도일(James Henry Doyle III) 씨는 “한국에서 여러분들과 함께 할 수 있어서 내겐 매우 큰 특권이자 영광이었다”며 “무엇보다 서로의 기억과 경험을 함께 나눌 수 있어서 감사했다. 대한민국은 6.25 한국전쟁 후 약 70년 동안 믿을 수 없는 발전을 이뤘다. 이제 이 한반도에 평화가 임하길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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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에덴교회는 참전용사와 가족들을 위해 특별한 깜짝 선물을 준비해 감동을 더했다. 5일간 촬영팀이 동행하며 감동과 기쁨의 순간들을 기록한 사진들을 개인별로 분류해 자신만의 앨범을 만들어 선물한 것. 앨범을 펼쳐본 이들은 터져나오는 감격을 다잡듯 손으로 입을 막았으며, 소중하게 품에 끌어안기도 했다.

모든 일정동안 동행하며 통역하며 작은 일에서 큰일까지 지근거리에서 도왔던 도우미 봉사자들도 참전용사와 가족들에게 각자 스스로 준비한 의미있는 선물들을 건네며 석별의 정을 나눴다.

새에덴교회는 2007년부터 12년 동안 매년 6.25를 맞아 한국전 참전용사와 가족들을 초청해 그들의 희생에 감사하고 보답하기 위한 행사를 개최해 왔다. 그동안 한국에 초청된 이들만 3500여명에 이른다.

새에덴교회측은 “해가 갈수록 참전용사들이 나이가 들어 많이 돌아가신데다 건강하지 못하여 초청에 응하지 못하는 분들이 대다수”라며 “내년부터는 한국으로 초청하는 것보다 우리가 직접 찾아가 감사를 전하는 방향으로 사역의 전환을 모색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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