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성경이 개역개정판의 저작권을 침해했다”

  • 입력 2019.02.26 22:06
  • 기자명 임경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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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된 성경이 새로운 창작성이 있는 저작물로서 저작권법의 보호대상임이 인정되는 판결이 내려졌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26민사부(부장판사 박상구)는 대한성서공회가 한국성경공회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한국성경공회의 <하나님의 말씀 바른성경>이 대한성서공회의 <성경전서 개역개정판>(1998년)의 저작권을 침해했다며 바른성경을 전량 폐기하라고 주문했다.

재판부는 피고들(한국성경공회와 발행인 김○윤)에게 “<바른성경>을 복제, 제작, 반포, 판매, 전시, 소지하여서는 아니”된다면서 “피고들의 각 사무실, 공장, 창고, 판매점포에 보관, 전시, 진열하고 있는 바른성경의 완성품, 반제품, 시작품, 부분품을 폐기하라”고 주문했다.

이번 판결에서 재판부는 개역개정판의 저작물성을 인정하고, 저작권법의 보호대상으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개역개정판은 개정 대상인 개역한글판 중 내용을 기준으로 할 경우 약 7만2712곳(구약 5만9889곳, 신약 1만2823곳)에 대해 번역이 명확하지 않은 곳을 명확하게 번역하고, 오역은 바로잡으며 고어·한자어를 현대어로 개정하는 등의 수정·추가가 이루어졌다”며 “개역개정판은 개역한글판을 기초로 새로운 저작물이라고 볼 수 있을 정도의 수정·증감을 가하여 새로운 창작성을 부여한 저작물로서 저작권법의 보호대상이라 할 것”이라고 명시했다.

아울러 “개역개정판은 개역한글판의 개정에 비해 개정의 분량이나 범위가 양적·질적으로 100배 가량 증가한 것으로, 개역개정판은 개역한글판과 별개로 저작권 보호대상이 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덧붙였다.

또한 재판부는 바른성경과 개역개정판 사이에 실질적 유사성이 인정된다고 봤다.

재판부는 “성경 원문의 단어 하나를 어떻게 번역할 것인지를 두고도 논문이 출간되는 등 다양한 견해가 존재한다. 성경 번역에는 특정 단어, 표현, 구문에 대한 번역자의 특수한 판단이 가미되기 때문에 기존 번역의 제한적 개정이 아닌 새로운 번역을 목표로 할 경우 같은 본문이라도 문장 구조, 어순, 어휘 선택 등에서 다양한 차이가 발생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지적하고 “개역개정판을 이용하지 않고는 존재하기 어려운 현저한 유사성이 바른성경에 나타나고 우연히 존재하기 어려운 공통의 오류도 나타나는 점 등에 비춰보면 바른성경은 개역개정판에 의거해 작성됐음을 넉넉히 알 수 있다”고 판결문에 밝혔다.

다만 재판부는 대한성서공회가 수익사업을 목적으로 하는 곳이 아니기에 배상금액을 1000만원으로 제한해 판결했다.

이 소송은 대한성서공회가 바른성경을 검토하여 거의 매절 개역개정판을 표절했음을 인지하고 2014년 7월31일 한국성경공회와 발행인 김○윤을 제소하면서 시작됐으며, 5년여에 걸친 법정 공방 결과 바른성경이 개역개정판 성경의 저작권을 침해했음이 인정됐다.

대한성서공회는 “어떤 기관이나 단체가 성경을 원문에서 새로 번역한다고 하면서 실제로는 개역 성경을 조금 고친 성경을 내기 시작하면, 그것은 지난 100여년 동안 개역성경을 강단용으로 사용해 온 한국교회의 분열과 혼란을 부추기는 일이 될 것”이라면서 “조금 다듬은 정도에 불과한 성경을 내면서 개역 성경이 문제가 있다고 비판하며 더 나은 성경을 발간한 것이라고 주장한다면 성경 독자와 한국교회의 혼란은 걷잡을 수 없을 것”이라고 소송의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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