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찬송가 다각적인 진단 내려져

  • 입력 2014.05.07 16:32
  • 기자명 임경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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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연합(대표회장 한영훈 목사) 한국교회찬송가대책위원회(위원장 안영로 목사)가 지난 2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한국교회 찬송가 대토론회’를 개최하고 현행 찬송가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대안을 논의했다.
 
토론회에는 홍성식 목사(한국찬송가위원회 총무)가 ‘21세기 찬송가의 문제점’을 주제로, 전희준 장로(한국찬송가작가총연합회 대표회장)가 ‘오늘의 21세기 한국찬송가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주제로 발제했고, 질의응답이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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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식 목사는 21세기 찬송가에 수록된 한국인 저작자의 곡에서 드러난 문제점과 일방적으로 수정된 가사 문제, 저작권으로 인한 법적인 문제 등을 논하며 “한국교회에서 은혜롭게 부를 수 있어야 할 찬송가로서 이미 그 위치를 상실했다”고 주장했다.
 
홍 목사는 “21세기 찬송가에 수록된 645곡 중 20%에 이르는 128곡이 한국인 작사작곡자의 찬송 곡”이라며 “저작자로서 합당치 않은 자들의 곡이 수록되거나 정치적 배려나 공회원 간의 친분을 앞세워 수록된 곡이 다수 확인되어 대내외적인 지탄이 끊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또 “20여년 동안 통일찬송가를 사용해 온 성도들이 오랜 동안 익숙하게 부르고 외우며 은혜를 받아왔던 곡들이 21세기찬송가에 와서 상당부분 수정됨으로 인해 목회자와 성도들에 의해 외면당하고 있다”고 수정된 가사 문제도 지적했다.
 
이어 “21세기찬송가에 수록된 외국 곡 중 21곡에 대해 저작권료 지불을 요구받았고, 이로 인해 2008~2009년 한 해에 4억 8000만원 상당의 저작권사용료가 지불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며 “한국인 찬송가 작가들에 의해 수록된 128곡의 저작자 일부도 저작권료를 지불하라는 소송을 제기하여 상당금액이 지불된 것으로 확인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홍 목사는 “128곡에 이르는 찬송가의 저작자 중 작사자와 작곡자가 분리된 곡들을 감안할 때 200여 건의 소송이나 청구가 뒤따를 것으로 예상돼 21세기 찬송가로 인한 혼란을 더욱 가중될 것”이라고 전망하며 지금이라도 대책을 세워로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21세기찬송가 발행에 참여한 전희준 장로는 발제를 통해 21세기찬송가 발행을 위한 편집기간이 10년이나 소요됐고, 편집 전문위원들이 수시로 교체됐으며, 편집정책과 편집원칙이 수시로 변했다고 말했다.
 
또 “시제품을 제작하고도 혹평을 받았고, 수백 곳에 오자 투성이인 불량제품을 발행했다”면서 “책임을 묻는 이도 없고 이러한 무책임한 실무자들은 아무 부담없이 출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 장로는 한국찬송가작가총연합회 대표회장인 만큼 21세기 찬송가의 수정된 가사와 새롭게 창작된 가사의 문제점을 중점적으로 분석했다.
 
전 장로는 “2004년 3월부터 6월까지 밤낮을 가리지 않고 1장부터 끝장까지 재수정 작업을 했다. 600여곳 이상의 수정작업을 마치고 난 후 너무 많은 수정부분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고 밝히고 “가사위원들은 몇 달 동안 작업을 한 재수정안을 40% 정도 수용하고 그 외의 것은 수용하지 않았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또 창작가사에 대해서도 “누구를 위한 가사인지, 창작가사의 목적이 무엇인지, 가사의 내용이 일관성이 없고 산만하여 내용의 핵심이 무엇인지, 찬송을 부르면서 가사의 의미를 파악하기 어려운 일이 허다하다”면서 “창작가사가 번역가사보다도 못하다면 성도들에게 외면당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찬송가를 선곡할 때에는 가사부터 선곡을 해야 한다. 가사를 우선 보고 그 중에 신앙적이고 성도들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라고 인정되는 것을 선택해야하는데 21세기 찬송가는 가사보다는 곡이 좋은 것을 뽑았다”면서 “그러다보니 찬송가마다 가사가 중복되는 것이 발견되고, 비슷한 내용의 곡들이 수록됐다. 원칙이 없이 왔다갔다 하다보니 애는 썼지만 칭찬보다는 비판을 받는 찬송가가 됐다”고 말했다.
 
해방 전후 한국교회의 찬송가는 신정찬송가, 신편찬송가, 부흥성가로 나뉘어져 있었다. 해방 이후 분열에 대한 반성과 더불어 하나의 찬송가를 발행하기로 결의하고 내놓은 것이 ‘합동찬송가’이다. 그러나 또 다시 예장합동측을 중심으로 ‘새찬송가’가 발행되어 찬송가가 다시 분열하게 됐다.
 
이후 대규모 연합집회 등이 생겨나면서 찬송가를 하나로 통일하려는 열망이 고조됐고, 이를 반영하여 1983년 ‘통일찬송가’가 발행됐고 3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예배와 집회에 사용됐다.
 
하지만 통일이라는 대의를 위해 무리하게 추진한 면이 없지 않아 예배학적으로나 음악적인 차원의 희생이 있었고, 이를 보완하기 위해 현행 ‘21세기 찬송가’가 발행됐다.
 
그러나 21세기 찬송가는 진일보한 측면이 분명히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상쇄할 만한 심각한 문제들을 노정하고 있다는 지적을 지속적으로 받아왔다.
 
함량이 미달되는 곡들이 수록되었다는 것과 신앙적으로나 법적으로 문제가 있는 인사들의 가사 수록, 통일찬송가 가사의 수천 곳을 합의도 없이 변경하여 찬송을 부를 때의 혼란을 야기하고 있는 점, 그리고 현 시대 찬양과 경배 곡들에 대한 반영이 부족한 점 등에 대해 음악 전문가 뿐만 아니라 목회자들의 비판도 적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더 큰 문제는 21세기 찬송가에 실린 외국곡에 대한 저작권료가 어마어마하게 지출되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내 작사·작곡가들도 최초로 저작권 사용료를 요구하게 됐다는 것이다.
 
그간 몇몇에게 수억 원을 상회하는 거액의 저작권료가 지급됐고, 현재 저작권 사용료 소송이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소송에서 곡과 가사 사용료를 지급하도록 판결이 내려진다면 21세기 찬송가로 인해 한국교회가 져야 할 부담은 매년 천문학적인 금액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이에 21세기 찬송가에 대한 문제점을 토론하고 합의와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인식이 공유됐고, 한국교회연합에서 한국교회찬송가대책위원회를 구성해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하게 된 이유다.
 
한영훈 목사는 “한국교회 찬송가에 대한 문제점을 분석해서 한국교회 앞에 토론을 통해 공언하고 싶은 마음에서 마련했다”며 “오늘 토론회는 찬송가를 통한 일치와 연합을 모색하기 위함이 목적이다. 또 한국교회가 바른 찬송을 통해 주님께 영광을 돌리는 계기가 되길 염원하는 마음으로 행사를 개최했고, 교계의 단합된 모습을 통해 건강한 사회를 구현하기 위함”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또 “지금 찬송가 문제는 한국교회에서 굉장히 미묘한 관계에 있다. 어느 쪽의 손을 들어주거나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점이 무엇인지 분석하여 한국교회 앞에 공언하고자 하는 목적 이외에는 다른 뜻은 없다는 것을 말씀드린다”며 “끝까지 듣고 여러분이 판단해주시길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는 재단법인 한국찬송가공회측이 참여하지 않아 아쉬움을 남겼다. 재단법인측은 “4월22일에 공문을 받아 25일까지 발제자와 발제문, 약력 등을 제출하라고 하여 시간이 촉박한 관계로 불참하기로 했다”며 “차후 충분한 여유를 갖고 서로 의견이 다른 양측이 주제와 발제자, 시간과 장소 등을 명확히 협의한 후 토론회를 개최한다면 기쁘게 참여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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