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깨어짐의 영성

  • 입력 2014.05.22 16:51
  • 기자명 컵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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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범 목사 (홀리신학원 원장)                     
[프로필]◈ 
나는 감자를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특별히 닭볶음탕 속에 있는 감자(?)를 나는 좋아하지 않습니다. 주면 감사히 먹기는 하지만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감자를 으깨어서 주면 아주 잘 먹습니다. 감자의 형태를 유지하면 별로 먹고 싶은 마음이 안생깁니다.
사실 으깨어졌다 하더라도 감자의 효능과 영향력이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감자의 형태는 깨졌지만 감자의 영향력은 계속 존재하고 있습니다. 그러고 보면 나는 감자를 좋아하고(?) 있는 것입니다.
감자에 대한 나의 마음을 생각하면서 어쩌면 하나님께서도 닭볶음탕 속에 있는 시뻘건 감자(?)보다 으깬 감자를 더 좋아하지는 않으시겠나,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 부서져야 하리 부서져야 하리, 무너져야 하리 무너져야 하리, 깨져야 하리 더 많이 깨져야 하리, 씻겨야 하리 깨끗이 씻겨야 하리. 다 버리고 다 고치고 겸손히 낮아져도 주 앞에서 정결타고 자랑치 못할 거예요♪ 부서져야 하리 부서져야 하리, 깨져야 하리 깨끗이 씻겨야 하리.
한동안 이 찬양이 나의 입에서 흥얼거리며 나올 때가 있었습니다. ‘으깨어져야 하리♪’ 내가 으깨어졌다고 해서 나에 대한 하나님의 사랑, 능력, 영향력이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내가 으깨어졌다고 해서 나의 ‘나’됨이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므로 으깨어져야 합니다. 지금의 나의 이 형태와 모습이 으깨어져야 합니다. 으깨어진 상태가 되어야 하나님께서 맛있게(?) 드실 수가 있으십니다.
하나님께서는 시뻘건 나보다 으깨어진 나를 좋아하십니다. 모세를, 요셉을, 야곱을, 베드로를, 바울을 아주 으깨어버려 성령의 사람 만드신 하나님 아버지….
우리들에게는 때로는 으깨어지는 어려움의 때가 필요합니다. 이 깨어짐의 때는 하나님과 사람들과의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기회가 됩니다. 나의 약함과 나의 어려움이 오히려 원수의 마음을 여는데 힘이 될 수 있다는 말입니다.
야곱은 세상적으로 성공하여 고향으로 돌아옵니다. 어릴 적에 그에게 항상 속아왔던 에서는 20여년 맺힌 감정을 가지고 야곱을 죽이려고 기다립니다.
잔머리에 능한 야곱은 얍복 강가에서 하나님의 천사와 씨름을 하게 되고 그 결과 야곱은 환도뼈가 부러지는 중상을 당하게 됩니다. 밤새도록 씨름하면서 그의 교만하고 당당한 모습은 꼬작꼬작한 초라한 모습으로 바뀌게 되었고 절뚝거리며 걷는 모습은 누가 보아도 측은히 여길 수밖에 없는 시커먼 모습이었습니다.
그런 그가 길에서 형에서를 만나자마자 ‘형님의 얼굴을 뵈온 즉 하나님의 얼굴을 본 것 같습니다.(창33:10)“ 하고 눈물을 흘리며 무릎을 끓었고, 그 모습을 본 에서는 20여년 쌓였던 감정이 한순간 무너지면서 에서와 야곱 두 형제는 끌어안고 대성통곡을 하였습니다.
“이는 내가 약할 그 때에 곧 강함이니라(고후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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