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 2인자, 국민으로 돌아와 ‘밥 퍼’

  • 입력 2015.07.21 10:27
  • 기자명 임경래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150721_102629.jpg
 

할렐루야교회(김승욱 목사) 안수집사인 정홍원 전 국무총리의 낮은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국정 2인자’였던 그가 국민의 한 사람으로 돌아와 노숙인 사역에 동참하며 신앙인으로서의 섬김을 실천하고 있는 것.

정 전 총리는 주일 아침마다 서울시 마포구에 위치한 산마루교회(이주연 목사)에서 쟁반을 나르고 있다. 앞치마를 질끈 동여맨 그는 밥과 육개장, 김치 등이 담긴 쟁반을 들고 노숙인들에게 열심히 나르며 구슬땀을 훔쳤다.

산마루교회는 노숙인 자립을 위한 사역을 전개하고 있으며, 매주 주일 아침마다 노숙인 무료 배식을 하는 교회다. 그는 지난달 7일부터 격주로 이 교회를 방문해 식사비용 일부를 지원하는 동시에 배식 봉사를 통해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정 전 총리는 지난 5월 지인으로부터 산마루교회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 듣고 봉사를 결심했다고 한다.

산마루교회는 주일 오전 7시30분에 노숙인을 중심으로 예배를 드린다. 서울 북악산 자락과 경기도 포천에 노숙인들이 일구는 농장도 운영하여 그들 스스로 노동의 가치를 되찾고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역을 전개하고 있다.

정 전 총리는 “내가 하는 일이 전시성 이벤트처럼 보일까봐 외부에 알려지는 게 조심스럽다”면서도 “얼음장 같은 사회에 온기가 퍼지길 기대하면서, 내가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데 밀알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했다”고 말했다.

또 “취약 계층을 상대로 무조건 도와주기만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 그는 “자립할 수 있도록 근성을 길러주는 것이 중요한데 산마루교회는 그런 사역을 하는 곳”이라며 동참하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정 전 총리는 주일 아침 산마루교회에 오면 노숙자들과 함께 예배를 드리고 배식 봉사를 한 뒤 남은 국과 반찬으로 아침을 해결한다. 지난 19일에도 그는 노숙인들이 거의 식사를 마치고 나서야 육개장에 밥을 말아 아침을 먹었다.

정 전 총리는 “산마루교회에 처음 왔을 때는 악수를 청해도 거부하는 노숙인들이 많았지만 지금은 그들도 나를 편하게 생각한다”면서 웃었다.

또 “그들의 밝은 표정을 볼 때면 큰 보람을 느낀다. 우리 사회에 봉사 분위기가 확산됐으면 좋겠다. 봉사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참여율도 높아져야 참된 사랑의 정신이 구현된다고 생각한다”면서 “한국교회가 좋은 활동을 많이 하고 있지만 좀 더 피부에 와 닿는,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활동을 했으면 좋겠다”고도 덧붙였다.

이주연 목사는 “국정 책임자에서 국민의 한 사람으로 돌아온 정 전 총리가 낮은 이들을 섬기며 새로운 삶을 시작한 것은 매우 인상적”이라면서 “‘노블리스 오블리주’와 ‘언행일치’를 실천하려는 그의 행보가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