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가벗고 때 미니깐, 목욕탕교회”

  • 입력 2016.03.03 11:11
  • 기자명 지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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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재 목사.jpg
 
‘시크릿’은 나 아닌 우리들
2003년 서울 강남 휘문고등학교 강당에서 출발한 우리들교회(김양재 목사). 강남 한복판이지만 학교 강당이라 냉·난방은 커녕 주중에 건물을 사용할 수 조차 없으니 주일예배 외에 새벽기도, 수요예배, 금요기도회, 부흥회, 주중 성경공부 등 그 어떤 프로그램도 불가한 환경이었다.
열악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가출, 이혼, 부도, 자살, 중독 등 일생일대의 위기에 직면한 많은 사람들이 위선과 체면, 인격(Persona)이라는 가면을 벗어 던지고 단순한 치유와 회복을 경험한 것은 김 목사의 독특한 리더십때문이다.
설립 10년 만인 2013년, 경기도 분당 판교에 지상 6층 규모의 성전을 건축봉헌, 휘문채플과 판교채플로 나뉘어 현재 약 1만 여명이 예배를 드린다. 
13가정으로 개척한 교회가 어떻게 메머드교회로 성장했을까?
부흥 정체를 넘어 위기를 만난 한국교회에서 단기간 괄목할 만한 성장가도를 달린 우리들교회는 단연 관심을 끌 수밖에 없었고, 작은 체구의 여성 목사가 그토록 놀라운 교회 성장과 부흥을 이룬 비결에 대해 한국교회와 목회자들의 궁금증을 낳은 것은 당연했다.
론다 번은 ‘시크릿’이란 결론을 통해 소수만이 누리는 밀폐된 독선의 방에서 비밀을 비밀로 지키려는 사회 병리적인 현상들을 설명하면서 인생에 회의와 절망을 느끼며, 높은 자살률과 섹스나 폭력같이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행위에 쉽게 노출되어 점차 알코올과 약물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신비주의에 탐닉하는 경향이 높은 현실을 빗대어 꿈을 이루는 과정을 세상에 던졌다.
어쩌면 김 목사는 ‘나’라는 틀속에 갇혀 그 현상조차 인정하지 않으려는 사람들에게 세상일은 감추어져 있을 뿐 수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아픔이란 것을 일깨워준 멘토이자, 스스로 마음의 빗장을 열게 한 이완 역할자였다.
누구나 죄인이라는 식상한 주제를 놓고 경직된 사람들을 변화하도록 만든 것은 단순함을 통한 깊이 즉,  ‘말씀묵상’(QT)과 ‘가정중수’가 답이다.
외투를 벗게 한 햇살처럼 전인적 만남으로
“어떤 분이 우리들교회를 목욕탕교회라고 했어요. 어느 성도가 자연스럽게 말씀에 비추어서 자기 얘기를 하면, 그 얘기를 들은 사람은 ‘어떻게 저렇게 자기 얘기를 솔직하게 할 수 있나’ 하고 생각해요. 자기 죄에 대한 고백은 또 다른 고백으로 이어져 마치 목욕탕처럼 발가벗고 때를 밀어주고 시원하니깐, 여기야말로 진짜 ‘목욕탕교회’인거죠”
우리들교회 성도들은 말씀묵상을 통해 누구의 죄도 아닌 나 자신의 죄를 직면하고, 목장 공동체에서 스스럼없이 털어놓는 ‘죄 고백’을 늘상한다. 두꺼운 인격의 가면 뒤에 숨겨두고 공개할 수 없었던 자신의 죄와 상처, 숨겨진 이야기를 꺼내놓고 죄를 회개함으로 상처와 중독으로부터 자유하는 것.  
이로써 수많은 가정의 중수가 일어나 강력한 웰빙 바이러스같이 자신의 존재의 삶이 가치가 있다는 의미있는 경험으로 재생산되었고 이는 김 목사의 죄 고백이 착화점이었다. ‘날마다 큐티하는 여자’로도 알려진 김 목사가 매일 말씀묵상을 통해 발견한 자신의 상처와 죄, 회개의 과정을 여과없이 전교인 앞에서 치부를 드러낼 때 성도들의 숨소리조차 절제된 분위기였다.
하지만 단순히 치부를 보이고 상처를 나눈다고 해서 공동체성이 강화되고 신앙이 성장되는 것은 아니라 그 이면에는 견고한 말씀 묵상이 포인트다.
기독교는 이해나 노력의 종교가 아니다. 설교와의 만남에서 말씀의 의미를 이해시키는데만 집중하는 것은 감성적인 사고를 고려하지 않은 것이어서 신앙은 깨달음의 수준에 머무는 자기만족으로 정체되고 만다. 이것은 세속적인 종교성이지만 그러나 그리스도인으로 고백하는 것은 전체에 대한 이해를 포기하고 오히려 전체이신 하나님께만 집중하고 몰입하는 것이다.
그래서 ‘말씀묵상’은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현재를 충실하게 살아가는 존재로써 내적 움직임을 가능하도록 주님을 만나는 나침반인 것이다.
4대째 믿음의 가정에서 태어난 김 목사는 결혼 후 남편이 병환으로 일찍 세상을 떠났고 13년 동안 바깥출입도 자유롭지 못한 호된 시집살이를 겪었다. 고난 가운데 김 목사가 의지할 곳은 오직 말씀뿐이었다. 자신이 죽지 않고 살기 위해서 말씀을 묵상했다고 진솔한 고백을 털어놓는다.
교양 높은 그녀가 더구나 치부를 남에게 공개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남편한테 매 맞고, 시부모 시집살이한다는 얘길 어떻게 하겠어요. 그런데 어느 날 주님 앞에서 성령이 인도하시는 회개를 하고서야 내가 죄인이라는 것을 자각하니까... 사도 바울이 나의 모든 것을 배설물로 여긴다는 의미를 비로소 알게 됐어요.”라고 말했다.
이후 그녀는 심각하게 이혼을 고민하고 있는 사람, 자살을 선택하려는 사람 등 삶의 위기를 만난 이들을 찾아가서 자신의 상처와 치부를 드러내는 생생한 위로를 진정성있게 전하고 나누었다.
김 목사는 “나의 모든 오장육부를 드러내고, 별의별 체험을 다 얘기해도 부끄러울 것이 없었어요. 인간적인 힘으로는 되지 않는 일이지만, 영혼구원으로 이어지는 일이기 때문에 못할 일이 없었습니다”라며 “그렇게 고통당한 이들을 젖 먹던 힘을 다해서 도우니까 그들도 가면을 벗게 되었고, 그런 사람들이 자꾸 자꾸 생기다 보니 전염이 됐어요.”라고 설명했다.
프로슈머 평신도 사역자
목장 공동체를 통해 말씀묵상과 가정중수의 진수를 맛본 성도들은 자연스럽게 목장사역에 헌신하는 핵심 멤버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우리들교회 목장은 목자, 부목자, 목원으로 구성되며, 각 지역별로 하나의 평원 안에 초원과 마을로 이루어진다. 목장은 크게 여자목장, 부부목장, 직장목장으로 나뉘는데, 여자목장은 깊이 있는 큐티나눔을 통한 양육을 목적으로 하며, 부부목장은 남자성도들의 교제와 불신자 남편 전도를 위해 운영된다.
죄 고백과 중보기도 등 우리들교회 사역의 모든 것이라고 할 수 있는 핵심적인 목장사역은 사역자도 담임목사도 아닌 평신도 성도들이 주축이 되어 이끌어간다.
평신도 시절부터 양육훈련을 통해 목자가 되고, 초원지기, 마을지기, 평원지기까지 성장한 성도들은 새벽 큐티 설교자로 나서기도 하고, 목욕탕목회세미나에 강사로 포진돼 목장사역을 소개하기도 한다.
프로슈머 즉, ‘생산자’를 뜻하는 영어 ‘producer’와 ‘소비자’를 뜻하는 영어 ‘consumer’의 합성어로, 생산에 참여하는 소비자를 의미하는 이 말은 1980년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가 그의 저서 《제3의 물결》에서, 21세기에는 생산자와 소비자의 경계가 허물어질 것이라 예견하면서 처음 사용했다. 
프로슈머 소비자는, 소비는 물론 제품 생산과 판매에도 직접 관여하여 해당 제품의 생산 단계부터 유통에 이르기까지 소비자의 권리를 행사하고 자신의 취향에 맞는 물건을 스스로 창조해나가는 능동적 소비자의 개념이다.
우리들교회 목장사역은 마치 프로슈머 사역훈련이어도 무리가 없다.
일련의 교육과정과 훈련을 통해 양육된 일꾼들은 자신이 경험한 세계에서 주님이 이끄시는 푸른 초장과 물가로 또 다른 이들을 인도하기 때문이다.
영적·육적·정신적인 흉년을 끊임없이 겪으면서 묵상했던 말씀, 들려졌던 주님의 음성이 약재료가 되고, 상처가 별이 되어서 같은 아픔을 겪고 있는 이들에게 사랑과 위로를 나눠줄 수 있었다.
영아부에서 유치부, 초등부, 청소년부, 청년부, 장년부까지 전 세대가 ‘One Message All Generation’을 모토로 매일매일의 말씀묵상을 위해 우리들교회가 선보인 큐티집 ‘큐티인’ 제작에도 성도들이 발 벗고 나선다.
큐티집에 수록되는 예화 대신 간증 필자로 나선 성도들의 따끈따끈한 이야기들은 이제 나만의 경험이 아닌 우리들의 삶이 되었다.
김 목사는 “배우자가 바람피우고, 애들이 속 썩이는 이야기. 심지어 친아버지에게 성추행 당한 분도 나와서 간증을 하니 못할 얘기가 없는 것 같다. 이 세상에 별 인생이 없는데, 나만 별 인생 같은데, 그렇게 얘기해주니까 고난당한 사람들이 힘을 얻고 공감한다”며 “그렇게 헌신하는 평신도사역자들 덕분에 우리들교회는 조용한 가운데 말할 수 없는 성숙함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목장사역이 많은 이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잡음 없이 건강하게 세워져가는 데는 여성들의 역할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우리들교회 여성 목자들은 가정에서 남편 잘 섬기고, 자녀 양육 잘하고, 교회에서는 목장사역을 통해 영혼구원 하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
‘여자의 머리를 남자로 세우고, 남자의 머리를 예수 그리스도로 세우신 하나님의 창조 질서에 따라 아내는 남편에게 순종하고 자녀를 양육하며 가정을 세워야한다’는 것이 김양재 목사의 지론이다.
김 목사는 “우리들교회를 목회하면서 여성들에게 아내의 자리를 지키고, 여성 특유의 부드러움으로 자녀를 잘 양육하며, 남편에게 순종하라고 부르짖었더니 해체될 뻔 했던 가정들이 중수되고, 우리들교회가 부흥됐다”고 말했다. 어느 남성 교역자는 “남자들에게 우리들교회는 여성들의 친정같은 곳”이라며 이혼위기로 혼자 끙끙대며 고민하던 중에 김 목사님을 만나서 모든 가정문제가 치유받았고 결국 고향을 찾은 마음“이라고 덧붙였다.
‘THINK’로 집대성된 사역의 비밀, 공개합니다
우리들교회는 목욕탕목회세미나를 통해 그동안 펼쳐온 사역을 Telling(죄 고백과 간증), Holifying(거룩한 삶), Interpreting(큐티), Nursing(양육과 돌봄), Keeping(가정중수)로 집대성하여 전수하고 있다.
지난 13년간 하나님께서 우리들교회에 주신 은혜를 함께 나누고, 부흥을 허락해주신 모든 스토리를 소개하고자 시작하게 된 세미나는 올해로 4회째를 맞으며, 5월16~19일까지 우리들교회 판교채플에서 열린다. 1차 접수는 3월28~4월3일, 2차 접수는 4월18~24일까지 온라인으로 접수받는다.
목욕탕목회세미나는 담임목사와 동반하는 사모, 부교역자, 평신도 지도자를 참가대상으로 하며 THINK 사역의 실제적인 적용을 위해 반드시 담임목사가 참석해야 한다.
세미나는 죄 고백과 간증의 원리, 거룩의 실제 원리, 말씀묵상의 실제 등 사역원리에서부터 사역자&평신도 리더십 훈련, 부부목장·여성목장 탐방, 조별 THINK 양육 체험, 큐티 간증 페스티벌 등 우리들교회 목장사역의 실제적인 부분까지 속속들이 경험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세미나에 참석했던 A목사는 후기를 통해 “큐티를 하면서 기복신앙을 내려놓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 목장예배에서 이렇게 자기 죄를 보고 솔직하게 오픈하는 모습에 놀랐고, 음란의 문제도 이렇게 죄 고백 하는 게 인상적이었다”는 소감을 밝혔으며, K선교사는 “말씀묵상과 가정중수가 한국사회나 한국교회에 맞게 예비해주신 하나님의 전략이며, 희망의 끈이라는 것을 자각하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특별한 부흥회, 전도대회 한 번 없이 말씀묵상과 가정중수를 핵심가치로 놓고 달려온 우리들교회의 13년 사역.
김 목사는 “1만 명 성도 부흥, 판교성전 건축까지. 저희가 한 것이라곤 말씀을 묵상하고 그것을 나눈 것 밖에 없다”며 “우리들교회를 통해 역사하신 이 모든 이야기를 보여주기로 작정하고 목욕탕목회세미나를 준비했고, 한국교회와 목회자들을 여전한 방식으로 섬기려 한다”고 전했다.
대담=지미숙 기자
정리=강원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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