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비 부족을 호소하는 ‘전도사들’ 구인난에 시달리는 ‘교회들’

교육전도사 구인난 해결 방안 ‘사례비/장학금 인상’ 42%
사례비 인상이 어렵다면 더 많은 관심과 인격적 존중을

  • 입력 2023.12.25 17:48
  • 기자명 임경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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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과 지방을 막론하고 교회들마다 사역자 구하기가 하늘에 별 따기라는 하소연이 터져나온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본격화되기 시작한 인력난 문제는 나날이 심각해지고 있다. 일부 교회에서는 사역자를 구할 수 없다는 이유로 다음세대 부서를 통합하는 웃지 못할 일들도 일어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가운데 목회데이터연구소가 5월12~31일 20일간 전국 전도사 55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해 주목받고 있다.

먼저 전도사들의 사역 실태를 살펴보면, 1주일에 평균 3.6일을 교회에서 사역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 담당 부서는 교회학교 담당이 82%로 압도적으로 높았고, 초등학교 담당이 38%로 가장 많았다.

사역 만족도 평가에 있어서는 58%만이 만족한다고 답했고, 보통이 30%, 불만족은 13%로 나타났다. 사역에 만족하는 이유로는 ‘목회가 나의 길이라는 확신’(31%)과 ‘사역의 즐거움’(29%)이 높은 비율로 나왔고, 반대로 불만족하는 이유로는 ‘담임목사의 태도/성품 실망, 인간적 갈등’이 22%, ‘업무가 너무 많아서’가 17%로 뒤를 이었다.

 

특히 전도사 사역에 있어 가장 어려운 점으로는 ‘사례비 부족’이 32%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너무 많은 업무량(23%)이나 인간관계의 어려움(22%)보다도 현실적인 생활의 문제인 사례비가 가장 큰 어려움으로 체감하고 있는 것.

그렇다면 전도사의 사례비가 어느 정도이길래 이처럼 곤란을 호소하는 것일까.

 

이번 설문조사 결과 나타난 전도사의 사례비는 평균 108만원으로, 최저임금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교회의 금전적 대우에 대해 충분하다고 응답한 53%의 전도사들은 가정 경제 수준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부족하다고 느끼고 있었다.

이러한 가운데 담임목사 대다수(88%)는 전도사 구인난을 토로하면서 앞으로 더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했다. 지원자가 아예 없다는 응답도 49%에 달했다.

전도사 등 사역자들이 교회사역을 기피한다는 것인데, 그 이유에 대해 전도사의 39%와 부목사의 49%는 ‘경제적 여유/업무량에 비해 너무 적은 사례비’를 가장 많이 지목한 반면 담임목사의 35%는 ‘사명감 부족’을 1위로 꼽아 큰 인식 차이가 확인됐다.

 

사역자는 현실적인 경제적 문제를 말하고 있지만 일부 담임목사는 열정페이를 요구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려워 보인다.

한국교회가 직면한 가장 큰 위기는 다음세대의 급감 현상이다. 교회마다 다음세대를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는 정서가 보편화되어 있는 가운데, 정작 다음세대를 책임지는 전도사의 사례는 거의 고려되고 있지 않다는 맹점이 발견된다.

직원의 가치는 급여로 나타난다. 회사는 중요한 인력에 대해 매년 급여를 인상하면서 회사를 위해 더 오랫동안 일해줄 것을 기대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교회는 가장 중요한 다음세대를 전도사에게 전적으로 맡기면서도 급여에 대해서는 매우 인색한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교회 재정상태가 어려워서 더 많이 주지 못하는 경우가 아니더라도 마치 이 이상 주면 안 된다는 듯 암묵적인 상한선이 설정되어 있다. 최선을 다해 맡은바 충성할 것을 요구하면서도 급여는 최저임금을 벗어나지 못하는, 값싼 인력으로 전락시키고 있다.

전도사들에게 교육전도사 구인난 해결 방안을 묻자 42%는 ‘사례비/장학금 인상’이라고 답했고, ‘담임목사의 교육전도사에 대한 관심과 인격적 존중’이 26%로 뒤를 이었다. 담임목사들의 응답에서도 ‘사례비/장학금 인상’이 해결 방법이라는 비율이 30%로 나타나 사례비 인상의 필요성을 어느 정도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목회데이터연구소는 “사례비를 적정하게 책정해야 한다. 전도사 가운데 기혼자는 교회 사례비로 생활해야 하므로 사례비의 문제는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교인이 줄어들고 교회 헌금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전도사 사례비 인상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점도 고려하면서 “더 중요한 것이 담임목사의 성품과 사역에 대한 목회적 태도다. 적은 사례비를 받더라도 즐겁게 사역할 수 있고 담임목사로부터 배울 것이 있다면 전도사들은 기쁘게 사역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특히 “한국교회에 다음세대가 중요한 것처럼 목회의 다음세대인 전도사의 성장도 중요하다. 전도사가 하기에 따라서 교회학교와 우리 아이가 달라질 수 있으며, 전도사가 어떻게 크느냐에 따라 한국교회가 달라질 수 있다”며 “그런 토양을 교회가 만듦으로써 현재와 미래를 준비하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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